현미경으로 본 여러 종류의 규조류

갯벌이 갈색인 이유 — 표층 1밀리미터에 사는 저서규조류가 먹여 살리는 것들

참고자료 · 자료 시점
핵심 출처 — 저서미세조류(microphytobenthos)의 조석 연동 수직이동 및 내인성 리듬 연구 개요 · 세포외 다당류(EPS)와 퇴적물 안정화(biostabilization) 연구 개요 · 규조류 형태·규산질 껍질(frustule) 일반 자료 · 세계유산 'Getbol, Korean Tidal Flats' 등재 조서(저서규조류 375종) · 근적외 반사 기반 표층 미세조류 생물량 원격탐사 연구 개요
자료 시점 — 고전 생태학 연구 + 최근 원격탐사·블루카본 논의
정리 — Inkmarsh 편집팀 · 2026.7

물이 빠진 갯벌에 서면 눈앞이 온통 갈색이다. 대개는 그것을 진흙 색이라고 생각하고 지나간다.

그런데 같은 갯벌에서 표층을 얇게 긁어내고 그 아래를 보면 색이 다르다. 회색이거나 어두운 잿빛, 조금 더 파 내려가면 검게 변하기도 한다. 갈색은 진흙 자체의 색이 아니었던 셈이다.

물 빠진 갯벌 표면의 갈색·황갈색은 거기 올라와 있는 미세조류의 색소다. 두께로 따지면 수 밀리미터, 진하게 발색하는 층은 1밀리미터 남짓에 불과하다. 이 얇은 막이 갯벌 생태계 전체의 에너지 입구다.

유리 껍질을 쓴 단세포 광합성 생물

갯벌 표층에서 광합성을 하는 미세조류를 통틀어 저서미세조류(microphytobenthos)라고 부른다. 물속을 떠다니는 식물플랑크톤과 달리 바닥에 붙어 사는 쪽이라는 뜻이다. 그중 갯벌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규조류, 특히 저서성 규조류다.

규조는 단세포 조류인데 구조가 독특하다. 세포를 감싸는 껍질(frustule)이 규산질, 즉 유리 성분으로 되어 있다. 두 조각의 껍질이 위아래로 맞물린 형태여서 종종 뚜껑 달린 상자에 비유된다. 이 껍질에는 종마다 다른 정교한 무늬와 구멍이 나 있고, 현미경으로 이 무늬를 보고 종을 구분한다.

이 유리 껍질은 나중에도 남는다. 세포가 죽으면 유기물은 분해되지만 규산질 껍질은 잘 녹지 않고 퇴적물에 그대로 쌓인다. 퇴적층 시료에서 규조 껍질을 골라내 종을 동정하면 그 층이 쌓일 당시의 염분과 수심 조건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먹이망의 출발점이고, 죽은 뒤에는 환경 기록의 재료가 되는 셈이다.

종 다양성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크다.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등재 조서에는 저서규조류 375종이 기록됐다. 균일한 갈색으로 보이는 갯벌 표면이 실제로는 수백 종이 섞여 사는 층이라는 뜻이다.

이들이 왜 갈색인지도 색소로 설명된다. 규조는 엽록소와 함께 갈색 계열 보조 색소를 갖는다. 녹색 대신 갈색으로 보이는 이유이자, 물속 깊이나 퇴적물 틈처럼 빛의 조건이 까다로운 환경에서 광합성 효율을 유지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왜 하필 1밀리미터인가

광합성을 하려면 빛이 필요하고, 빛은 퇴적물 속으로 거의 들어가지 못한다. 물속에서는 수 미터를 내려가도 어느 정도 빛이 남지만, 고운 진흙은 사정이 다르다. 알갱이 하나하나가 빛을 산란시키고 흡수해, 표면에서 몇 밀리미터만 내려가도 광합성이 가능한 수준의 빛이 사라진다.

그래서 갯벌에서 광합성이 일어나는 공간은 물리적으로 얇을 수밖에 없다. 그 아래는 빛이 없는 세계이고, 조금 더 내려가면 산소도 없다. 갯벌 단면에서 갈색 층 아래가 회색이나 검은색으로 바뀌는 경계가 대체로 이 전환에 대응한다. 검은색은 무산소 조건에서 황화물이 생성되며 나타나는 색으로, 냄새가 함께 올라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정리하면 갯벌은 위아래로 몇 밀리미터 사이에 완전히 다른 두 세계가 겹쳐 있는 구조다. 빛과 산소가 있는 얇은 생산의 층, 그리고 그 바로 밑의 어둡고 산소 없는 분해와 저장의 층. 갯벌이 탄소를 묻는 능력도, 걸어 들어갔을 때 발밑에서 검은 진흙이 올라오는 것도 이 층 구조에서 나온다.

하루에 두 번 오르내린다

저서규조류의 가장 인상적인 특징은 색이 아니라 행동이다. 이들은 조석 주기에 맞춰 퇴적물 안에서 수직으로 이동한다.

물이 빠지고 갯벌이 드러나면 표층으로 올라온다.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는 시간이다. 이때 갯벌 표면의 갈색이 짙어진다. 그리고 밀물이 들어오기 전에 다시 퇴적물 속으로 내려간다. 표층에 남아 있으면 밀려 들어오는 물살에 쓸려 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내려가는 이유는 물살만이 아니다. 표층은 빛이 가장 강한 자리이기도 하다. 여름철 한낮처럼 광량이 과할 때는 광합성 기구가 오히려 손상되는 광저해가 일어날 수 있어, 세포가 살짝 아래로 내려가 빛을 조절하는 행동도 관찰된다. 표층에 머무는 동안에는 게나 갯지렁이 같은 표층 섭식자에게 먹히기도 쉽다. 위로 올라가면 광합성을 할 수 있지만 쓸려 나가고 타고 먹힐 위험이 커지고, 아래로 내려가면 안전하지만 아무것도 만들지 못한다. 하루 두 번의 오르내림은 이 손익을 조석 시간표에 맞춰 계산한 결과에 가깝다.

이 리듬에서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조석 자극이 사라져도 한동안 유지된다는 점이다. 채취한 퇴적물을 실험실로 옮겨 조석도 파도도 없는 조건에 두어도, 세포들은 원래 살던 곳의 조석 시각에 맞춰 얼마간 오르내리기를 계속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부 신호를 그때그때 받아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시계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특성을 내인성 리듬이라고 부른다. 이 시계는 낮과 밤의 24시간 주기가 아니라, 하루 두 번 물이 드나드는 조석 주기에 맞춰져 있다.

확대 촬영한 규조 껍질 조각과 퇴적물 입자, 미생물
규조 껍질 조각과 유기 부스러기, 박테리아를 확대한 기록사진(1974년). 갯벌 표층은 이 규모에서 보면 빽빽한 생물 층이다. 사진: Hope Alexander / NARA,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미끄러져 다니면서 바닥을 붙잡는다

문제가 하나 있다. 뿌리도 다리도 없는 단세포 생물이 어떻게 퇴적물 속을 위아래로 옮겨 다닐까.

이동성 규조는 껍질에 난 좁고 긴 틈을 통해 점액질을 분비하면서 그 반작용으로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분비되는 물질이 세포외 다당류, 흔히 EPS라고 부르는 끈끈한 고분자다. 규조가 지나간 자리에는 이 EPS가 남는다.

그리고 여기서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온다. 표층 곳곳을 수많은 세포가 오르내리며 점액을 뿌려 놓으면, 그물처럼 얽힌 EPS가 퇴적물 알갱이들을 서로 붙들어 맨다. 낱낱이 흩어져 있던 미세 입자가 하나의 매트처럼 결합하는 것이다. 그 결과 표층은 물살에 훨씬 잘 견디게 된다. 이것을 생물학적 안정화(biostabilization) 라고 부른다.

효과는 작지 않다. 같은 세기의 조류가 흘러도 저서규조류가 잘 발달한 표층은 침식이 덜 일어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단세포 생물들이 이동하다 남긴 부산물이 갯벌 지형의 유지에 관여하는 셈이다.

역방향도 성립한다. 표층이 안정될수록 규조가 쓸려 나갈 위험이 줄고, 개체군이 유지되면 EPS도 계속 공급된다. 서로를 강화하는 고리다. 반대로 준설이나 과도한 교란으로 이 고리가 끊기면 표층은 다시 쉽게 흩어지는 상태로 돌아간다.

먹이망은 여기서 시작된다

갯벌 하면 떠오르는 생물은 대개 칠게, 바지락, 낙지, 갯지렁이다. 그런데 이들이 무엇을 먹고 사는지를 따라가면 결국 표층으로 돌아온다.

칠게 같은 게는 집게발로 퇴적물 표층을 떠서 입으로 옮긴 뒤, 유기물과 미세조류를 걸러 먹고 남은 모래를 뱉는다. 갯벌에 흩어진 작고 동그란 모래 알갱이 뭉치가 그 흔적이다. 표층을 먹는다는 것은 곧 저서규조류를 먹는다는 뜻이다. 조개류는 물속에 떠오른 입자를 걸러 먹거나 표층 퇴적물을 빨아들이는데, 그 안에도 조류 세포와 그 부산물이 섞여 있다. 갯지렁이 종류는 퇴적물을 통째로 삼켜 유기물을 소화한다.

그다음 층은 명확하다. 이 저서동물을 도요물떼새가 먹고, 밀물 때 갯벌로 들어온 어린 물고기가 먹는다. 다시 말해 갯벌 위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먹는 행위의 출발점에 표층 1밀리미터가 있다.

EPS도 먹이의 일부로 취급된다. 규조가 이동하며 남긴 점액은 그 자체가 탄수화물 덩어리라, 박테리아가 분해해 쓰고 그 박테리아를 다시 작은 동물이 먹는 경로가 만들어진다. 이동을 위해 흘린 부산물이 별도의 먹이 흐름을 하나 더 여는 셈이다.

이 구조는 갯벌이 왜 그렇게 많은 생물을 부양할 수 있는지도 설명한다. 육상 생태계에서 1차생산자는 나무나 풀처럼 크고 자라는 데 오래 걸리는 존재다. 반면 단세포 조류는 세대가 짧아 조건만 맞으면 빠르게 증식한다. 매일 뜯어 먹혀도 매일 다시 채워지는 층이 있다는 것, 그것이 좁은 면적에 많은 개체가 몰려 살 수 있는 이유다.

위에서 세는 법

갯벌 표층의 생물량을 재려면 원래는 현장에서 시료를 떠 색소를 추출해 분석해야 한다. 정확하지만 느리고, 넓은 갯벌 전체를 대표하기 어렵다.

그래서 원격탐사가 도입돼 왔다. 원리는 식생 관측과 같다. 광합성 색소는 가시광선의 붉은 영역을 흡수하고 근적외선은 강하게 반사한다. 이 두 파장대의 반사 차이를 지수 형태로 계산하면 표층에 광합성 생물이 얼마나 많은지를 추정할 수 있다. 육상 식생지수와 같은 계열의 지표가 갯벌 표층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위성으로 넓은 면적을, 드론으로 세밀한 구역을 보는 조합이 쓰인다.

다만 조건이 까다롭다. 갯벌은 하루 중 일부 시간만 드러나고, 조류가 표층에 올라와 있는 시간대는 더 짧다. 촬영 시각이 조금만 어긋나도 같은 장소가 전혀 다른 값을 낸다. 퇴적물의 함수율과 입도, 표면에 남은 물기도 반사값을 흔든다. 그래서 원격탐사 결과는 현장 시료로 보정하는 절차와 짝을 이룰 때에만 의미를 갖는다.

블루카본 논의로 이어지는 지점

최근 이 주제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기후 쪽에 있다. 국제 기준에서 인정된 연안 블루카본 생태계는 맹그로브·염습지·해초지 세 가지이고, 식물이 없는 맨 갯벌은 아직 그 목록 밖이다.

그런데 비식생 갯벌에도 분명히 탄소가 묻힌다. 그 탄소를 그 자리에서 만들어 내는 주체가 바로 저서규조류다. 즉 저서미세조류의 1차생산을 정량화하는 일은 학술적 호기심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갯벌이 탄소 회계에 들어갈 수 있느냐를 가르는 실무 과제다. 표층에서 만들어진 자생 탄소가 얼마이고 강에서 흘러온 외부 기원 탄소가 얼마인지 나누는 작업의 한쪽 끝에 이 조류가 있다.

정확한 1차생산량 수치는 이 글에서 제시하지 않는다. 조사 지점과 계절, 조위, 측정 방법에 따라 보고된 값의 편차가 크기 때문이다.

실무 적용 — 현장에서 확인할 것

  • 간조 직후가 아니라 조금 지난 시간에 본다 — 물이 빠지고 얼마간 지나야 조류가 표층으로 올라와 갈색이 짙어진다. 갯벌 색을 보러 간다면 간조 전후 몇 시간을 확보한다.
  • 표층을 얇게 긁어 아래 색과 비교한다 — 갈색 층과 그 아래 회색·검은 층의 경계가 몇 밀리미터인지 직접 확인하면 이 글의 내용이 한 번에 이해된다. 관찰 후에는 긁은 자리를 원래대로 덮어 둔다.
  • 게가 뱉어 놓은 모래 뭉치를 찾아본다 — 표층을 먹고 남긴 흔적이라 먹이망의 첫 단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뭉치가 많은 구역은 표층 생산이 활발한 구역일 가능성이 높다.
  • 발자국을 한 곳으로 몰지 않는다 — 표층 매트가 깨지면 그 자리는 침식에 약해진다. 넓게 흩어져 걷고, 같은 자리를 반복해 밟지 않는다.
  • 사진은 같은 조위·같은 시각으로 다시 찍는다 — 표층 색은 시간대에 따라 크게 변한다. 계절 비교를 하려면 조건을 맞춘 반복 촬영이 필요하다.
  • 이 주제를 더 볼 사람에게 — 다음으로 볼 것은 저서동물의 섭식 방식(퇴적물식자와 여과식자의 차이)과 비식생 갯벌 블루카본 논의다. 표층 1밀리미터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물새와 탄소 회계까지 이어지는 경로가 그 둘에 있다.

갯벌은 흔히 ‘아무것도 없는 진흙’으로 취급된다. 그러나 그 인상 자체가 이미 오해다. 눈앞의 갈색은 흙의 색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햇빛을 받아 일하고 있는 생물의 색이다. 물이 들어오면 이들은 아래로 내려가고, 갯벌은 다시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본 글은 저서미세조류 생태의 일반적 특성을 개요 수준에서 정리한 것으로, 종 구성·생산량·리듬의 세부는 지역과 조사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갯벌 출입과 시료 채취에 관해서는 관할 지자체 및 관계기관의 안내가 우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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