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에 드러난 갯벌과 조수 물길

블루카본의 ‘숨은 청구서’ — 갯벌이 내보내는 메탄과 아산화질소

블루카본 논의는 대개 ‘얼마나 묻었는가’로 시작해 ‘얼마나 묻었는가’로 끝난다. 그런데 퇴적물은 탄소를 받기만 하는 창고가 아니다. 같은 진흙 속에서 메탄과 아산화질소가 만들어져 대기로 빠져나간다. 격리량에서 이 배출을 빼야 비로소 기후에 미치는 실제 효과가 나온다. 이 계산서의 뒷면이 이 글의 주제다.

핵심 요약

  • 기후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탄소 격리량이 아니라 온실가스 순수지(net GHG budget)를 봐야 한다. 메탄(CH₄)아산화질소(N₂O)는 같은 질량당 온난화 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크다.
  • 염분이 높은 조간대에서는 황산염 환원 미생물이 메탄 생성 고세균과 기질 경쟁을 벌여 메탄 배출이 상대적으로 억제되는 경향이 보고된다.
  • 따라서 제방·간척·담수화로 조석 소통이 끊기면 염분과 황산염 공급이 줄어 오히려 메탄 배출이 늘 수 있다.
  • 하수와 농업 유출로 질소 부하가 커지면 N₂O 배출이 증가할 수 있어, 유역 관리가 곧 기후 문제가 된다.
  • 측정법 차이와 시공간 변동성이 커서 단일 수치로 일반화하기 어렵다. 이 불확실성 자체가 탄소 크레딧 산정의 쟁점이다.

묻은 양만 세면 계산이 틀린다

연안 습지의 기후 기여를 평가할 때 가장 흔한 방식은 퇴적층의 유기탄소 축적 속도를 구해 면적을 곱하는 것이다. 이 값은 격리(sequestration)를 말해 줄 뿐 복사 강제력에 미치는 순 효과를 말해 주지 않는다. 같은 퇴적물이 산소 없는 조건에서 메탄을 만들고, 질소 순환 과정에서 아산화질소를 부산물로 내보내기 때문이다.

두 기체는 양이 적어도 무게가 다르다. IPCC 평가보고서가 제시하는 100년 기준 지구온난화지수를 보면 메탄은 이산화탄소의 수십 배, 아산화질소는 수백 배 수준으로 평가된다. 구체적 값은 보고서 판본과 기후-탄소 되먹임 반영 여부에 따라 달라지므로 하나의 숫자로 인용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다만 방향은 분명하다. 소량의 메탄 배출만으로도 상당한 탄소 격리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

탄소 격리량에서 메탄과 아산화질소 배출을 빼 온실가스 순수지를 산출하는 과정을 나타낸 개념 도표
탄소 격리량에서 메탄·아산화질소 배출을 차감해 순수지를 구하는 구조 (개념 도표)

바닷물이 메탄을 억누른다

여기서 조간대 갯벌이 담수 습지와 갈라진다. 유기물이 산소 없이 분해될 때 미생물은 쓸 수 있는 전자수용체를 에너지 수율이 높은 순서대로 소비한다. 메탄 생성은 그 사슬의 가장 마지막, 다른 수용체가 모두 고갈된 뒤에야 우세해진다. 그런데 해수에는 황산염이 풍부하다. 조석이 매일 황산염을 실어 나르는 갯벌에서는 황산염 환원 미생물이 수소와 아세트산 같은 공통 기질을 먼저 가져가고, 메탄 생성 고세균은 기질 경쟁에서 밀린다.

이 메커니즘 때문에 염분이 높은 조간대·염습지의 메탄 배출은 담수 습지에 비해 낮게 보고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습지 자료를 모은 종합 분석에서는 대략 염분 18 실용염분단위 안팎을 경계로 그보다 짠 습지에서 메탄 배출이 뚜렷이 낮아진다는 경향이 제시되었고, 이 기준선은 이후 일부 탄소 크레딧 방법론에도 반영되었다. 다만 이는 통계적 경향이지 물리적 임계값이 아니다. 담수가 유입되는 갯골 상부, 유기물이 두껍게 쌓인 국소 지점에서는 짠 갯벌에서도 메탄이 상당량 나온다.

염분 증가에 따라 황산염 환원이 우세해지고 메탄 생성이 억제되는 관계를 나타낸 개념 도표
염분이 높아질수록 황산염 환원이 메탄 생성을 억제하는 경향 (개념 도표)

제방이 만드는 역설

이 논리를 뒤집으면 간척과 담수화의 기후적 함의가 나온다. 제방으로 조석 소통을 끊고 담수호를 만들면 황산염 공급이 끊긴다. 유기물은 여전히 쌓이는데 메탄 생성을 억제하던 경쟁자가 사라지는 셈이다. 실제로 조석이 차단되어 담수화된 연안 저지에서 메탄 배출이 높게 관측된 사례들이 보고되었고, 반대로 제방을 트고 조석 흐름을 되돌리면 메탄 배출이 줄어든다는 관측도 있다.

이 발상은 이미 제도에 들어와 있다. IPCC가 2013년 펴낸 습지 부문 보충지침은 연안 습지의 배수와 재침수를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에서 다루는 틀을 제시했고, 자발적 탄소시장의 조간대 습지 복원 방법론도 조석 소통 회복에 따른 메탄 저감을 산정 항목으로 인정한다. 조석 소통 복원이 ‘탄소를 더 묻는 사업’이 아니라 ‘메탄을 덜 내보내는 사업’으로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복원 직후 유기물 분해가 활발해지며 일시적으로 배출이 늘 수 있고, 효과가 안정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도 함께 있다.

질소가 들어오면 아산화질소가 나온다

순수지의 나머지 항은 아산화질소다. N₂O는 질산화와 탈질 과정에서 부산물로 만들어지며, 두 경로 모두 무기질소가 많을수록 활발해진다. 하수 처리수, 농경지 유출, 양식장 배출이 집중되는 하구·내만 갯벌에서 질소 부하가 커지면 N₂O 배출이 증가한다는 관측이 여러 연안에서 보고되었다.

다만 갯벌은 동시에 탈질을 통해 질소를 대기 중 질소 기체로 되돌리는 정화 기능도 수행한다. 같은 장소가 질소를 제거하면서 N₂O를 내보내는 것이다. 두 효과의 균형은 질소 농도, 유기물, 산소 조건, 저서동물의 굴 파기 활동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 유역의 질소 관리가 갯벌의 기후 성적표를 바꾼다.

측정이 어렵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기

가장 정직하게 말해야 할 부분은 불확실성이다. 갯벌의 기체 교환은 측정하기 까다로운 대상이다. 밀폐 챔버를 씌워 농도 변화를 재는 방식은 지점별 값을 정밀하게 잡지만 공간 대표성이 약하고, 챔버가 표면 조건을 바꾼다는 문제도 있다. 타워에서 난류 변동을 측정하는 에디 공분산은 넓은 면적을 포괄하지만 조간대처럼 물에 잠겼다 드러나기를 반복하는 지형에서는 해석이 복잡하다.

변동성 자체도 크다. 갯벌에서 기체는 확산만이 아니라 기포로 터져 나오기도 하고, 조석이 빠질 때 공극수가 갯골로 배출되며 함께 빠져나가기도 한다. 배출의 상당 부분이 좁은 구역과 짧은 시간대에 집중되는 이른바 핫스팟·핫모먼트 현상도 흔하다. 계절, 수온, 저서 미세조류의 활동, 갯골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값이 몇 배씩 달라진다. 그래서 특정 조사에서 나온 배출량을 ‘한국 갯벌의 값’처럼 확대 적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연구마다 편차가 크다는 서술 자체가 현재의 정확한 상태다.

정책으로 넘어오는 문제

이 쟁점이 실무에서 중요한 이유는 탄소 크레딧 때문이다. 격리량만으로 크레딧을 발행하면 메탄·아산화질소 배출이 큰 현장에서 실제보다 후한 값이 매겨질 수 있다. 그래서 최근 방법론 논의는 순수지 기준으로 산정하고, 배출 항목을 빼지 못할 경우 보수적 할인을 적용하자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국가 인벤토리 차원에서도 연안 습지를 어느 범주로 넣고 어떤 배출계수를 쓸지가 계속 정리되는 중이다.

덧붙일 점이 하나 있다. 국제적으로 블루카본 회계가 확립된 생태계는 맹그로브, 염습지, 해초지 세 가지이며, 식생이 없는 갯벌 자체는 아직 표준화된 회계 범주로 자리 잡지 못했다. 한국처럼 비식생 갯벌 면적이 넓은 나라에서는 이 공백을 메우는 연구가 곧 정책 근거가 된다. 그 근거는 ‘얼마나 묻히는가’만이 아니라 ‘무엇이 새어 나가는가’까지 함께 재야 완성된다.

참고: 온난화 잠재력 값은 IPCC 평가보고서를 따르며 판본에 따라 달라진다. 염분과 메탄 배출의 관계는 습지 자료를 종합한 기존 분석과 이를 원용한 조간대 습지 복원 크레딧 방법론에서 다뤄졌고, 배수·재침수 연안 습지의 인벤토리 처리는 IPCC 2013년 습지 부문 보충지침에 정리되어 있다. 개별 수치는 지역과 계절, 측정법에 따라 편차가 크다.

썸네일 사진: Jvhertum (Public domain) / Wikimedia Commons. 네덜란드 바덴해에서 촬영된 사진으로, 한국 갯벌 현장이 아니다.

작성 · Inkmarsh 편집팀 — 갯벌 생태·보전 연구를 논문과 1차 자료 기준으로 해설합니다. 본 콘텐츠는 과학 정보·해설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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