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한 포기 없는 갯벌도 탄소를 묻는다 — 비식생 갯벌 블루카본의 현재 위치
탄소를 흡수하는 연안 생태계를 이야기할 때 사진에 반드시 등장하는 것이 있다. 물속으로 뻗은 맹그로브의 지지근, 조수로가 굽이치는 염습지의 초록, 파도 아래 흔들리는 해초 군락. 셋 다 식물이다.
그런데 한국 서해안의 갯벌 사진에는 그 초록이 없다. 물이 빠지고 나면 남는 것은 지평선까지 이어진 갈색 진흙과 물길뿐이다. 여기에 이 글의 문제가 있다. 한국 갯벌은 대부분 식물이 자라지 않는 맨 갯벌, 즉 비식생 갯벌이다. 그리고 국제 기준에서 인정받은 블루카본 생태계 목록에 비식생 갯벌은 아직 들어 있지 않다.
이것은 ‘한국 갯벌은 탄소를 묻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한국 갯벌이 묻는 탄소를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에 계상할 표준화된 방법이 아직 합의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둘은 전혀 다른 문장이고, 이 차이가 지금 국내 블루카본 연구가 매달려 있는 지점이다.
인정받은 셋과 인정받지 못한 하나
블루카본이라는 말은 넓게 쓰이지만, 온실가스 인벤토리 맥락에서는 훨씬 좁게 작동한다. 기준선은 IPCC가 2013년에 낸 습지 보충지침(Wetlands Supplement)이다. 이 체계에서 국가 인벤토리에 반영할 수 있는 연안 블루카본 생태계는 맹그로브, 염습지, 해초지 세 가지다.
왜 하필 이 셋인가. 세 생태계에는 공통점이 있다. 뿌리내린 식물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존재하고, 그 식물이 광합성으로 만든 유기물의 상당 부분이 지하부(뿌리·지하경)와 그 아래 토양에 축적된다. 즉 탄소를 만든 주체와 탄소가 묻힌 장소가 같은 곳에 있다. 면적을 위성으로 세고, 단위면적당 저장량을 코어로 재고, 둘을 곱해 국가 총량으로 확장하는 계산이 성립한다.
비식생 갯벌에는 그 눈에 보이는 식물이 없다. 그래서 같은 계산 틀을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없다. 국제 기준에서 아직 표준 인정 범주가 아닌 이유는 ‘탄소가 없어서’가 아니라 ‘세는 법이 정리되지 않아서’에 가깝다.
한국 입장에서 이 공백은 작지 않다. 한국 갯벌의 총면적은 해양수산부 갯벌 면적 조사 기준으로 약 2,482km²로 널리 인용된다. 이 가운데 염생식물이 자라는 염습지는 일부이고, 대부분은 식물 없는 맨 갯벌이다. 국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한국 연안 탄소 자산의 큰 덩어리가 계산서에서 통째로 빠진다.
지리적 조건까지 겹친다. 맹그로브는 열대·아열대 해안에 분포하는 식생이라 한반도에는 자생하지 않는다. 해초지는 존재하지만 분포가 국지적이다. 결국 국제 기준 3종 가운데 한국이 면적으로 기댈 수 있는 것은 염습지 정도인데, 그 염습지는 갯벌 전체에서 보면 가장자리에 해당한다. 다른 나라라면 인벤토리의 주력이 될 생태계가 한국에서는 조연이고, 주연에 해당하는 갯벌은 배역표에 없는 셈이다.
식물이 없는데 무엇이 탄소를 고정하나
맨 갯벌에서 광합성을 담당하는 주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퇴적물 표층 수 밀리미터에 사는 저서미세조류, 특히 저서규조류다. 물이 빠지면 이들이 표층으로 올라와 햇빛을 받아 유기물을 만든다. 갯벌 표면이 물 빠진 뒤 갈색·황갈색을 띠는 것도 이 조류의 색소 때문이다.
여기서 만들어진 탄소를 자생 탄소라고 부른다. 그러나 갯벌 퇴적물에 묻히는 유기탄소가 전부 여기서 나오는 것은 아니다. 강이 실어 온 육상 기원 유기물, 인접 염습지에서 부서져 흘러온 식물 조각, 연안 수역에서 가라앉은 식물플랑크톤 잔해가 함께 쌓인다. 갯벌은 생산 장소인 동시에 주변에서 만들어진 탄소가 최종적으로 가라앉는 저지대이기도 하다.
조간대라는 환경 자체가 매장에 유리하기도 하다. 조석마다 새 퇴적물이 덮여 유기물이 빠르게 산소에서 격리되고, 입자가 고와 물의 이동이 느리며, 표층 아래로 내려가면 곧 무산소 조건이 된다. 유기물이 분해되지 못하고 그대로 남기 좋은 조건이다.
다만 갯벌 안에는 이 조건을 흔드는 존재도 함께 산다. 갯지렁이와 게처럼 퇴적물을 파고드는 저서동물이다. 이들이 만든 굴은 표층 아래 깊은 곳까지 산소가 든 물을 끌어들이고, 먹이를 찾는 과정에서 층을 뒤섞는다. 이 생물교란은 유기물 분해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같은 양의 유기물이 들어와도 어떤 갯벌에서는 더 많이 남고 어떤 갯벌에서는 더 많이 되돌아간다. 갯벌의 탄소 수지를 한 줄의 상수로 쓰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문턱에 놓인 네 가지 쟁점
비식생 갯벌을 국제 기준에 올리려면 아래 문제들이 정리돼야 한다. 이것이 현재 연구의 실질적 목록이다.
첫째, 자생 탄소와 외부 기원 탄소의 구분. 이것이 가장 까다롭다. 퇴적물 코어에서 유기탄소 함량을 재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그 탄소가 어디서 왔느냐다. 육상 식물이 만든 탄소, 해양 식물플랑크톤이 만든 탄소, 갯벌 표층 규조류가 만든 탄소는 안정동위원소 비율(δ13C)과 탄소·질소 비(C/N)가 서로 다른 경향을 보인다. 이 지표를 조합해 기원별 비율을 추정하는 방법이 쓰인다.
왜 굳이 구분해야 할까. 상류 유역에서 만들어진 탄소를 그 갯벌의 흡수량으로 계상하면, 같은 탄소를 두 번 세는 이중 계산이 되기 때문이다. 인벤토리는 국가 단위 총량을 다루는 회계 체계라, 어디서 만들어진 탄소인지가 곧 어느 항목에 적을 것인지의 문제가 된다. 다만 외부 기원 탄소가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 탄소를 붙잡아 산소에서 격리한 것은 갯벌이 한 일이고, 갯벌이 사라지면 그 기능도 사라진다.
둘째, 얼마나 빨리 쌓이는가. 흡수량은 결국 ‘단위면적·단위시간당 묻히는 탄소량’이다. 그러려면 퇴적층이 연간 몇 밀리미터씩 쌓이는지를 알아야 한다. 여기에 납-210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연대측정이 쓰인다. 표층에서 아래로 내려가며 방사능이 감쇠하는 정도로 층의 나이를 매기고, 거기에 밀도와 유기탄소 함량을 곱해 매장률을 낸다.
셋째, 배출 쪽 계산. 갯벌은 탄소를 묻기만 하는 곳이 아니다. 묻힌 유기물 일부는 미생물에 의해 다시 분해돼 이산화탄소로 돌아간다. 무산소 조건에서는 메탄이, 질소 순환 과정에서는 아산화질소가 나올 수 있다. 메탄과 아산화질소는 같은 양이어도 온난화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에, 이 배출을 빼지 않은 흡수량은 과대평가가 된다. 순 흡수량을 말하려면 배출 항목까지 함께 재야 한다.
넷째, 대표성. 갯벌은 공간 변이가 매우 크다. 같은 만 안에서도 조위, 입도, 유기물 함량, 저서동물 밀도가 수십 미터 단위로 달라진다. 코어 몇 개의 값을 전체 면적에 곱하면 오차가 그대로 증폭된다. 국제 기준에 올라가려면 어떤 밀도로, 어떤 층서를 기준으로 표본을 뽑아야 하는지까지 표준화돼야 한다.
이 네 가지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갯벌은 연간 몇 톤을 흡수한다’는 식의 단일 수치를 제시하는 것은 위험하다. 실제로 국내외 연구에서 제시된 값들은 조사 지점·기간·기원 판별 방법에 따라 편차가 크다.
묻힌 탄소는 파내면 돌아온다
블루카본 논의에서 흡수량만큼 중요한데도 덜 다뤄지는 축이 있다. 이미 묻혀 있는 저장량이다.
연안 퇴적층에 축적된 유기탄소는 무산소 조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오래 남는다. 문제는 그 조건이 깨질 때다. 매립을 위해 준설하거나 제방을 쌓아 배수하면, 수백 년에서 수천 년에 걸쳐 쌓인 층이 공기와 만난다. 산소가 닿는 순간 미생물 분해가 재개되고, 저장돼 있던 탄소는 이산화탄소로 대기에 돌아간다. 흡수원이던 곳이 배출원으로 뒤집히는 것이다.
이 전환이 블루카본을 육상 산림과 다르게 만든다. 숲은 베어도 지하 토양 탄소의 상당 부분이 자리에 남지만, 연안 퇴적층은 물리적 조건 자체가 저장의 전제라 그 조건이 사라지면 저장분도 유지되지 않는다. 그래서 연안 생태계에서는 새로 심는 것보다 이미 있는 것을 건드리지 않는 쪽의 효과가 크다는 결론이 반복해서 나온다.
한국 갯벌에 이 논리를 대입하면 방향이 분명해진다. 비식생 갯벌이 아직 인벤토리에 잡히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 갯벌을 매립했을 때 발생하는 배출도 장부에 잡히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계산되지 않는 자산은 잃어도 손실로 기록되지 않는다. 인정 기준을 만드는 작업이 단순한 학술 과제가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이 걸고 있는 판돈
정책 쪽에서는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신규 블루카본 인정을 목표로 한 조사와 사업이 진행돼 왔다.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비식생 갯벌 자체의 탄소 흡수·저장 기능을 정량화해 국제 기준에 반영하려는 연구 트랙이다. 위의 네 쟁점을 하나씩 메우는 작업이다.
다른 하나는 이미 인정된 범주를 실제로 늘리는 트랙이다. 갈대나 칠면초 같은 염생식물을 갯벌에 복원해 염습지 면적 자체를 넓히는 사업이 여기 해당한다. 염습지는 이미 국제 기준 안에 있으므로, 복원 면적이 늘면 계상 가능한 흡수량도 늘어난다. 우회로처럼 보이지만 가장 확실한 경로이기도 하다.
다만 복원에는 조건이 있다. 염생식물은 아무 갯벌에나 뿌리내리지 않는다. 조위가 적정 범위에 있어야 하고, 침수 시간, 염분, 입도, 파랑 노출이 맞아야 한다. 조건에 맞지 않는 곳에 심으면 몇 해 안에 사라진다. 또 하나 잊기 쉬운 점은, 원래 비식생 갯벌이던 곳을 염습지로 바꾸면 그곳에 살던 저서동물 군집과 그것을 먹던 물새의 조건도 함께 바뀐다는 것이다. 탄소 계산서만 보고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실무 적용 — 현장에서 확인할 것
- ‘블루카본’이라는 단어가 어느 범위로 쓰였는지 먼저 본다 — 국제 인벤토리 기준의 3종을 말하는지, 넓은 의미의 연안 탄소를 말하는지에 따라 같은 단어가 전혀 다른 주장을 편다.
- 흡수량 수치를 만나면 기원 판별 여부를 확인한다 — 자생 탄소와 외부 기원 탄소를 나누지 않은 값은 그 갯벌의 흡수량이 아니라 그 자리에 쌓인 탄소량에 가깝다. 논문이라면 δ13C·C/N 기술이 있는지 본다.
- 배출 항목이 빠졌는지 본다 — 메탄·아산화질소 측정 없이 제시된 값은 순 흡수량이 아니다. 총 매장량과 순 흡수량은 다른 숫자다.
- 표본 수와 조사 시점을 확인한다 — 코어 몇 본을 몇 개 지점에서, 어느 계절에 떴는지가 값의 신뢰도를 결정한다. 단일 지점 값을 전국으로 확대한 계산은 경계한다.
- 복원 사업을 볼 때는 정착률과 함께 본다 — 식재 면적이 아니라 몇 해 뒤에도 살아남은 면적이 실제 성과다. 조위와 침수 시간이 맞았는지가 성패를 가른다.
- 이 주제를 더 볼 사람에게 — 다음 단계는 갯벌 표층 저서규조류의 1차생산 연구와,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보고서의 습지 항목이다. 과학과 회계가 어디서 만나고 어디서 어긋나는지가 그 두 문서 사이에 있다.
식물이 없다는 이유로 오래 계산에서 빠져 있던 갯벌이, 지금은 계산에 넣기 위한 방법론 경쟁의 한복판에 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분명한 것 하나는 있다.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갯벌은 지금도 탄소를 묻고 있고, 매립되면 그 기능은 함께 사라진다. 회계 기준이 준비되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대차대조표의 반대쪽은 계속 움직인다.
본 글은 연구·정책 동향을 개요 수준에서 정리한 것으로, 특정 수치를 산정 근거로 인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국내 갯벌의 탄소 흡수·저장에 관한 공식 수치와 정책 현황은 해양수산부·국립해양생물자원관 등 관계기관의 최신 발표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