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은 누구의 것인가 — 맨손어업과 어촌계가 지켜온 400년의 공유지
물이 빠진 갯벌에 사람들이 흩어져 있다. 각자 정해진 방향으로 걸어 들어가고, 정해진 시간에 돌아 나온다. 캐는 것은 바지락이나 낙지, 지역에 따라 백합이나 굴이다. 도구라고는 호미와 갈퀴, 그리고 소쿠리 하나.
외부인의 눈에 이 장면은 그저 소박한 노동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장면 뒤에는 한국 연안에서 가장 오래되고 정교한 공유자원 관리 제도가 있다. 누가 들어갈 수 있는지, 무엇을 얼마나 캘 수 있는지, 어느 구역을 몇 년간 쉬게 할지를 국가가 아니라 마을이 정한다.
갯벌에는 지번이 없다
먼저 기본 구조부터 정리하자. 한국의 갯벌은 만조수위선 바깥의 공유수면으로,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토지가 아니다. 소유권 대신 작동하는 것이 어업권이다.
수산업법 체계에서 갯벌과 관련된 어업은 크게 세 층으로 나뉜다.
- 면허어업 — 일정 수면을 배타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국가가 면허 형태로 준다. 갯벌에서 핵심이 되는 것이 마을어업이다. 마을어업 면허는 원칙적으로 지역의 어촌계나 지구별 수협에 우선 부여된다. 즉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가 권리 주체다.
- 허가어업 — 어선을 쓰는 조업 등에 적용된다.
- 신고어업 — 규모가 작은 어업으로, 맨손어업이 여기 속한다. 호미·갈퀴 정도의 도구로 채취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자주 오해가 생긴다. “맨손어업은 신고만 하면 되니 아무 갯벌에서나 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신고어업은 어업 방식에 대한 규율이고, 그 갯벌이 이미 마을어업 면허 구역이라면 그 구역의 이용 권한은 어촌계에 있다. 외지인이 마을어장에 들어가 조개를 캐다 제지당하는 상황은 텃세가 아니라 대체로 법적 근거가 있는 일이다.
어촌계 — 마을이 곧 관리 기구다
어촌계는 수산업협동조합법에 근거한 조직으로, 어촌 주민들이 지구별 수협 아래 마을 단위로 구성한다. 이 조직이 마을어업 면허를 받아 어장을 운영하고, 계원 자격·조업 규칙·수익 배분을 자율적으로 정한다.
실제 마을어장 운영을 들여다보면 교과서적인 공유자원 관리 장치가 다 들어 있다.
- 진입 제한 — 계원 자격에 거주 기간이나 세대 요건을 두어, 누구나 들어와 캐 가는 상황(공유지의 비극)을 막는다.
- 구역 윤작 — 어장을 몇 개 구역으로 나눠 해마다 돌려가며 열고 닫는다. 캔 곳은 쉬게 한다.
- 채취 기간·크기 제한 — 산란기에는 열지 않고, 일정 크기 이하는 다시 묻는다.
- 공동 작업일 — 정해진 날 함께 들어가 함께 나온다. 감시 비용이 사실상 0에 수렴한다.
- 재투자 — 수익 일부로 종패를 뿌리거나 어장을 정화한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이 정리한 ‘공유자원이 성공적으로 관리되는 조건’과 거의 그대로 겹친다. 명확한 경계, 지역 실정에 맞는 규칙, 규칙을 만드는 사람과 지키는 사람의 일치, 상호 감시, 단계적 제재. 한국 어촌계는 이 목록을 이론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실행하고 있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정보의 질이다. 어떤 갯벌 구역에서 올해 조개가 부실한지, 어느 골에 뻘이 두껍게 쌓였는지, 몇 년 전 폐사가 어디서 시작됐는지 — 이런 정보는 위성이나 정기 조사로는 잡히지 않는다. 매년 같은 갯벌에 들어가는 사람의 몸에 축적된다. 중앙 기관이 어장 하나하나를 관리하려면 감당할 수 없는 조사 비용이 드는데, 어촌계 구조에서는 그 비용이 이미 조업 과정에 포함돼 있다. 갯벌처럼 국지적 변동이 크고 경계가 모호한 자원에서 지역 자율관리가 유리한 이유가 이것이다.

보전과 이용이 대립하지 않은 드문 사례
2021년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서천·고창·신안·보성순천 4개 구성자산, 총 156,386ha에 완충구역 105,303ha 규모다. 등재 기준은 생물다양성 보전 관점의 (x)이었고, 조서에는 대형저서동물 857종, 저서규조류 375종, 물새 118종, 고유 해양무척추동물 47종 같은 수치가 실렸다.
주목할 점은 이 등재가 사람을 몰아낸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등재 구역 안에는 지금도 어촌계가 마을어장을 운영하고 주민이 맨손어업을 한다. 자연유산 관리에서 이런 구조는 흔치 않다. 대개 핵심 구역은 이용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논리는 이렇다. 맨손어업은 갯벌 표층을 국소적으로 교란하지만 그 강도가 낮고, 어촌계는 어장이 망가지면 곧바로 소득이 줄어드는 이해당사자다. 자원을 지킬 동기가 가장 강한 사람이 현장에 상주하며 감시하는 구조인 것이다. 반면 갯벌에 실제로 치명적이었던 것은 채취가 아니라 매립과 방조제, 그리고 유역에서 흘러드는 오염과 퇴적물 공급 변화였다. 전 지구적으로도 염습지 감소의 상당 부분이 양식장 전환과 연안 개발 같은 직접적 인간 활동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있다.
그런데 지키는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
이 제도의 약점은 제도 자체가 아니라 인구다.
어촌 고령화는 한국 사회의 고령화보다 한참 앞서 진행됐다. 갯벌 맨손어업은 물때에 맞춰 진흙 위를 몇 시간씩 걷고 허리를 굽히는 고강도 육체노동이라, 고령화가 곧 조업 가능 인원 감소로 직결된다. 계원 수가 줄면 감시가 느슨해지고, 구역 윤작 같은 관리 규칙도 유지가 어려워진다.
여기에 자원 감소가 겹친다. 수온 상승에 따른 종 구성 변화, 퇴적환경 변화, 대량 폐사 같은 사건이 반복되면서 예전 어획량이 나오지 않는 지역이 늘고 있다. 소득이 줄면 젊은 세대가 남지 않고, 사람이 없으면 관리가 무너지고, 관리가 무너지면 자원이 더 준다. 되먹임 고리다.
여기서 수치를 제시하고 싶은 유혹이 크지만, 전국 어촌계 수·계원 수·평균 연령·품목별 어획량은 통계 연도와 집계 기준에 따라 편차가 크다. 정확한 값이 필요하면 해양수산부와 수협중앙회의 최신 통계, 국가통계포털의 어업생산동향조사를 직접 확인하기를 권한다.
실무 적용 — 갯벌에 들어가기 전 확인할 것
- 그 갯벌에 어업권이 있는지 먼저 본다 — 해안 안내판, 지자체 수산과, 지역 어촌계에 확인한다. 마을어장이면 외지인 채취는 원칙적으로 불가다. 모르고 들어갔다는 이유로 면책되지 않는다.
- 체험 갯벌을 이용한다 — 지자체나 어촌계가 운영하는 갯벌체험장은 입장료를 받는 대신 채취 가능 구역·품목·수량을 명확히 안내한다. 가장 확실하고 마을 소득에도 도움이 된다.
- 금어기와 채취 금지 크기를 확인한다 — 품목마다, 지역마다 다르다. 특히 산란기 규제는 시·도 고시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아 전국 일률이 아니다.
- 패류독소 공지를 확인한다 — 봄철 남해안 등에서 마비성 패류독소가 기준치를 넘으면 채취·섭취 금지 조치가 내려진다. 국립수산과학원 공지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 물때표 없이 들어가지 않는다 — 밀물이 갯골을 타고 들어오면 되돌아 나올 길이 먼저 잠긴다. 되돌아 나올 시간을 반드시 앞당겨 잡는다.
갯벌 보전 논의는 종종 “개발이냐 보전이냐”의 이분법으로 흐른다. 그러나 한국 갯벌이 지금까지 남은 실제 이유를 보면, 세 번째 축이 있었다. 그것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그것을 관리해 왔다는 사실이다. 그 사람들이 사라진 뒤에도 이 제도가 작동할지가 다음 20년의 진짜 질문이다.
본 글의 제도 설명은 개요 수준이며, 구체적 권리·의무 관계는 관할 지자체 고시와 개별 어촌계 규약에 따릅니다. 갯벌에서의 채집·섭취와 현장 안전에 관해서는 해양수산부·국립수산과학원·관할 지자체 등 관계기관의 안내가 항상 우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