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위를 걷고, 공기로 알을 키우는 물고기 — 갯벌 저서생물의 놀라운 세계
핵심 요약
- 갯벌 바닥에 사는 생물을 ‘저서생물(benthos)’이라 하며, 짱뚱어·칠게·갯지렁이 등이 대표적이다.
- 짱뚱어는 망둑어과의 양서성 어류로, 공기 호흡이 가능해 물 밖 뻘 위를 기어 다닌다. 수컷은 굴 천장에 만든 공기주머니에 알을 붙여 키우며, 직접 입으로 공기를 날라 알에 산소를 공급한다(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게재 연구).
- 갯지렁이(다모류)는 뻘 속 유기물을 먹고 퇴적물을 뒤섞는 ‘생물교란(bioturbation)’으로 갯벌을 정화한다.
- 이들 저서생물은 철새와 어류의 먹이가 되어 갯벌 먹이망의 토대를 이룬다.
갯벌 바닥의 주인공, ‘저서생물’
갯벌은 텅 빈 진흙벌이 아니다. 표면 아래와 위에는 수많은 생물이 촘촘한 밀도로 살아간다. 이렇게 바닥(底, 저)에 붙어 사는(棲, 서) 생물을 통칭해 저서생물(benthos)이라 부른다. 조개류처럼 뻘 속에 파묻혀 평생을 보내는 종, 칠게처럼 굴을 파고 드나드는 종, 갯지렁이처럼 퇴적물을 통째로 먹는 종 등 생활 방식이 제각각이다. 이 다양성이 곧 갯벌 생태계의 건강 지표가 된다.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 짱뚱어

갯벌 저서생물 중 가장 극적인 존재는 단연 짱뚱어다. 짱뚱어는 망둑어과(Gobiidae)에 속하는 어류지만, 물 밖에서도 오래 버틸 수 있는 양서성(amphibious) 물고기다. 이름 그대로 튀어나온 두 눈은 머리 위쪽에 솟아 있어, 뻘 위를 기어 다니면서도 넓은 시야로 포식자와 경쟁자를 감시한다.
짱뚱어가 물 밖에서 살 수 있는 비결은 ‘이중 호흡’에 있다. 아가미방(gill chamber)에 물을 머금어 아가미를 촉촉하게 유지하고, 동시에 혈관이 발달한 피부와 입 안쪽 점막을 통해 공기 중 산소를 직접 흡수한다. 물과 공기 중 어느 쪽에 더 의존하는지는 종과 환경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국내에서는 순천만, 보성 벌교 갯벌 등이 짱뚱어 서식지로 잘 알려져 있다.
공기주머니에서 알을 키우는 아버지 물고기
짱뚱어(및 근연 망둑어류)의 번식 행동은 어류 세계에서도 손꼽히게 정교하다. 국제학술지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2007, 210권 3946쪽, “Mudskippers brood their eggs in air but submerge them for hatching”)에 보고된 내용에 따르면, 수컷은 조간대 뻘에 굴을 파고 산란실을 만드는데, 이 방의 천장은 돔 형태로 부풀려 공기주머니(air pocket)를 형성한다.
암컷은 물이 아니라 이 공기주머니의 천장에 알을 붙이고, 수컷이 수정시킨 뒤 홀로 알을 돌본다. 문제는 뻘 속 굴의 물이 산소가 부족한 저산소(hypoxia) 상태라는 점이다. 그래서 수컷은 썰물 때마다 지표로 헤엄쳐 올라가 입 가득 신선한 공기를 머금고 내려와, 산란실 공기주머니에 뱉어 넣기를 반복한다. 알이 있는 방의 산소가 부족할수록 이 ‘공기 나르기’ 행동이 더 활발해진다는 것이 실험으로 확인됐다. 그러다 부화 시점이 되면 오히려 물을 채워 알을 잠기게 해 부화를 유도한다. 공기로 키우다가 물로 부화시키는, 조석 리듬에 맞춘 정밀한 육아 전략이다.
뻘을 갈아엎는 청소부, 칠게와 갯지렁이

짱뚱어가 갯벌의 ‘스타’라면, 칠게와 갯지렁이는 갯벌을 돌아가게 하는 ‘엔진’이다.
칠게를 비롯한 게 무리는 뻘에 수많은 굴을 판다. 이 굴은 단순한 은신처가 아니라, 산소가 부족한 뻘 깊은 곳까지 공기와 물이 드나드는 통로가 된다. 게가 굴을 파고 뻘 표면의 유기물을 걸러 먹는 과정 자체가 퇴적물을 뒤섞고 통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갯지렁이(다모류, polychaete)는 이 ‘생물교란(bioturbation)’의 핵심 일꾼이다. 갯지렁이는 뻘 속 유기물을 먹거나 물속 미세 입자를 걸러 먹으며, 퇴적물을 위아래로 뒤섞는다. 이 과정에서 유기물이 분해되고 산소가 깊은 층까지 공급되어, 갯벌이 스스로 오염을 정화하는 능력이 유지된다. 갯지렁이가 뻘을 갈아엎지 않으면 유기물이 쌓여 뻘이 썩고 저산소화될 수 있다. 눈에 띄지 않지만, 갯벌의 ‘정화 시스템’은 사실상 이 작은 생물들이 돌리고 있는 셈이다.
먹이망의 바닥을 떠받치는 존재들

이 저서생물들은 그 자체로 끝이 아니라, 더 큰 생태계로 연결되는 다리다. 칠게·조개·갯지렁이는 갯벌을 찾는 도요물떼새 같은 철새와 물고기, 낙지 등의 핵심 먹이가 된다. 즉 저서생물의 밀도와 다양성이 곧 상위 포식자의 생존을 좌우한다. 갯벌의 생물다양성을 지킨다는 것은 눈에 보이는 새와 물고기뿐 아니라, 뻘 속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 작은 생물들의 세계를 함께 지킨다는 뜻이다.
출처
-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007), 210:3946, “Mudskippers brood their eggs in air but submerge them for hatching” (The Company of Biologists)
- 관련 연구: “Mudskippers store air in their burrows”, “Burrow air phase maintenance and respiration by the mudskipper Scartelaos histophorus” (ResearchGate 등재)
- 해양환경정보포털(MEIS) 해양생태 — 갯벌 생태 정보
- 서울대학교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benthos.snu.ac.kr) — 갯지렁이/저서생물 자료
- 위키백과·나무위키 ‘짱뚱어’, ‘갯벌’ 항목(대중 개요 참고용)
짱뚱어 번식 연구의 대표 종은 논문별로 다를 수 있어(예: Periophthalmus/Scartelaos속) 종 단위 일반화 시 원문 대조 권장 — 일반적으로 알려진 망둑어류 공통 행동 범위에서 서술.
작성 · 갯벌 편집팀 — 갯벌·연안 생태의 과학을 1차 논문·공공자료 기준으로 정리합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해설 목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