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가 단단해지자 «위»부터 키웠다 — 붉은어깨도요가 압록강 갯벌에서 버틴 6년
새가 먹이를 못 구하면 흔히들 떠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중국 압록강(얄루장) 하구 갯벌에 머물던 붉은어깨도요는 2010년대 중반 주식이던 조개가 사실상 사라지자, 자리를 뜨는 대신 몸속 장기 하나를 키우는 쪽을 택했습니다.
6년 사이 주식이 통째로 바뀌었다
2019년 «Ecology and Evolution»에 발표된 연구는 2011~2012년과 2016~2017년, 두 시기에 얄루장 갯벌의 저서동물(갯벌 속 무척추동물)을 실측해 비교했습니다. 그 사이 붉은어깨도요의 주식이던 무른 조개 Potamocorbula laevis는 소형(10mm 미만) 98.5%, 대형(10mm 이상) 99.8%가 사라졌습니다. 대신 껍데기가 단단한 고둥 Umbonium thomasi가 2016년 우점 먹이(89.6%)로 올라섰고, 2017년에는 또 다른 단단한 조개 Moerella veneriformis(35%)가 늘었습니다. 이 교체 과정에서 새가 실제로 씹어 부숴야 하는 껍데기의 파쇄력(부수는 데 필요한 힘)은 9~11배 커졌습니다.
⇒ ★먹이가 «줄어든» 것과 «단단해진»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 연구가 흥미로운 지점은 두 가지가 동시에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 양은 줄고, 남은 것마저 부수기 어려워졌습니다.

«위»를 15% 키웠다
새의 소화기관 중 근위(모래주머니, gizzard)는 이빨이 없는 조류가 먹이를 물리적으로 부수는 기관입니다. 연구진이 이 시기 죽은 개체(어망에 혼획된 사체)의 근위를 부검해 무게를 재보니, 2011~2012년 평균 7.86±0.31g이던 것이 2016~2017년 9.43±0.41g으로 약 15% 증가했습니다(통계적으로 유의, F=8.72, p=0.005). 연구진은 이 무게 증가가 껍데기 처리 능력으로 환산하면 약 32%의 성능 향상에 해당한다고 추산했습니다.
⇒ ★새의 몸은 고정된 설계도가 아니라 «그때그때 필요에 맞춰 바뀌는 장비»에 가깝습니다. 뼈대나 깃털처럼 눈에 보이는 부위가 아니라, 몸속 소화기관까지 몇 달~몇 년 단위로 재조정된다는 것을 이 논문은 직접 부검으로 보여줍니다.
부수지 못한 것은 «게워냈다»
먹이가 단단해지면서 소화 «방식» 자체도 바뀌었습니다. 고둥 Umbonium thomasi의 축(껍데기 중심의 나선 기둥, columella)은 너무 단단해 소화관을 그대로 통과시키지 못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부순 껍데기 조각을 장을 거쳐 배설물로 내보냈겠지만, 2016~2017년 개체들은 이 딱딱한 축을 위(전위)로 게워내는 방식(regurgitation)으로 처리했습니다.
⇒ 소화기관을 키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배출 «경로»까지 바꿔야 했다는 뜻입니다. 이 역시 살아있는 개체를 관찰한 것이 아니라 부검을 통해 확인된 사실입니다.
그래도 «완전한 보상»은 아니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적응에 성공한 사례»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진이 실제 먹이 섭취율을 재보니, 2016~2017년은 2011~2012년에 비해 회분제외건중량(AFDM, 실제 영양가에 해당하는 무게) 기준 86% 감소, 껍데기를 포함한 건중량 기준으로는 77% 감소했습니다. 근위를 키우고 소화 경로를 바꾼 것만으로는 먹이 감소·경화라는 이중 충격을 다 메우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 ★★이 논문의 핵심은 «새가 적응했다»가 아니라 «적응했지만 완전하지 않았다»입니다. 몸을 바꾸는 유연성(생리적 가소성)은 실제로 있었지만, 그 유연성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수치로 보여준 사례입니다.
왜 얄루장 갯벌만 이렇게 바뀌었나
연구진은 얄루장 갯벌 자체는 지난 20년간 면적이 줄었다는 근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즉 이곳의 «땅»은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그 위에 사는 «먹이»의 구성이 바뀐 것입니다. 다만 이 국지적 변화의 정확한 원인까지는 논문이 단정하지 않았고, 대신 황해 전체 갯벌에서 벌어지는 서식지 손실의 배경으로 매립(간척), 오염, 외래종, 수산자원 남획을 함께 짚었습니다.
실무 적용 — 철새 먹이터 기사를 읽을 때
- ★★「개체수가 줄었다」는 기사를 보면 «떠났다»와 «버티다 죽었다» 중 어느 쪽 증거인지 확인하십시오. 이 연구의 표본 자체가 어망에 혼획된 «죽은 개체»에서 나온 것으로, 살아서 떠난 새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 ★먹이 문제를 다룰 때 «양»과 «질(단단함)»을 구분해서 보십시오. 이번 사례는 양과 질이 동시에 나빠진 경우였고, 둘 중 하나만 봐서는 새가 겪는 부담을 절반만 이해하는 셈입니다.
- 생리적 적응이 확인됐다고 «문제가 해결됐다»로 넘겨짚지 마십시오. 근위가 커졌어도 섭취율은 여전히 크게 줄어 있었습니다.
정리하면
- 2011~2017년 얄루장(압록강 하구) 갯벌에서 붉은어깨도요의 주식이 무른 조개(최대 99.8% 감소)에서 단단한 고둥·조개로 바뀌었고, 껍데기 파쇄력은 9~11배 커졌습니다.
- 새들은 근위(모래주머니) 무게를 약 15% 늘려 껍데기 처리 능력을 32%가량 끌어올렸고, 소화 못 한 단단한 부위는 배설 대신 게워내는 방식으로 처리했습니다.
- ⇒ 그럼에도 실제 먹이 섭취율은 기준에 따라 77~86% 줄어, 생리적 적응만으로는 먹이 감소·경화를 완전히 메우지 못했습니다.
- 얄루장 갯벌 자체의 면적 손실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이는 «서식지가 있어도 그 안의 먹이 구성이 바뀌는 것만으로» 철새에게 부담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본 콘텐츠는 Zhang 외(2019, Ecology and Evolution) 논문 전문을 바탕으로 정리한 해설입니다. 얄루장 갯벌의 먹이 구성이 바뀐 정확한 국지적 원인은 논문도 단정하지 않아 이 글에서도 단정하지 않았습니다. 최종 확인일: 2026-09-25.
작성: Inkmarsh 편집팀 — 몸을 바꿔서라도 버티는 것과, 그것으로 충분한 것은 다른 이야기라는 관점으로 읽었습니다.
참고
- Zhang, S.D. et al., 「Morphological and digestive adjustments buffer performance: How staging shorebirds cope with severe food declines」, Ecology and Evolution 9(7)(2019), 3868–38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