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게 유생은 갯벌에, 성체는 먼바다로 — 처음 세어본 개체수와 의약품 검사의 접점
투구게(Tachypleus tridentatus)는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별명으로 자주 불립니다. 그런데 정작 이 종이 지금 몇 마리나 남아 있는지, 실제로 세어본 연구는 드뭅니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대만해협에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성체» 개체수 조사가 이뤄졌고(2025년 발표), 그 결과가 지역마다 극단적으로 갈렸습니다.
① 유생은 갯벌에, 성체는 먼바다로
투구게는 한살이 내내 같은 곳에 살지 않습니다. Shih 외(2025, Ecology and Evolution)가 정리한 바로는, 유생(어린 개체)은 조간대(갯벌)에서 자라고, 다 자란 성체는 얕은 먼바다로 옮겨 갑니다. 지금까지 이 종을 다룬 연구 대부분이 «갯벌 위의 유생»에만 초점을 맞춰 온 것도 이런 서식지 분리 때문입니다 — 성체는 먼바다에 흩어져 있어 표본을 모으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 ★갯벌이 이 종에게 갖는 의미는 «평생 사는 곳»이 아니라 «자라는 동안 몸을 숨기고 먹이를 찾는 요람»에 가깝습니다. 갯벌이 매립되거나 오염되면 유생이 자랄 자리 자체가 없어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② 대만 본섬 «성체»는 «지역적으로 멸종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번 조사가 특히 주목받은 이유가 있습니다. Hsieh와 Chen(2015)의 연구는 대만 본섬에서 투구게 개체군이 빠르게 줄었다고 보고했고, 이 결과는 «대만 본섬에서 «성체»가 지역적으로 절멸했을 가능성»으로 널리 인용돼 IUCN 적색목록의 2019년 평가(Laurie, K., Chen, C., Cheung, S. 외, 《Tachypleus tridentatus》, IUCN Red List of Threatened Species, e.T21309A149768986)에까지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다만 그 뒤로 실측으로 다시 확인한 연구는 없었습니다.
⇒ ★그래서 이번 표지-재포획 조사가 의미를 가집니다. 대만 본섬에도 «성체» 개체군이 여전히 남아 있음이 실측으로 확인된 것입니다(다만 진먼에 비하면 극히 적은 규모입니다). 「«성체»가 한때 절멸했다는 판단」이 후속 검증 없이 그대로 굳어질 수 있다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③ 대만해협에서 «성체»를 처음 세어봤다 — 지역마다 결과가 크게 갈렸다
Shih 외 연구진은 2018년부터 2024년까지 대만해협의 세 구역(진먼·펑후·대만 본섬)에서 «성체»를 대상으로 표지-재포획(mark-recapture) 조사를 벌였습니다(①에서 본 것처럼 성체는 갯벌이 아니라 먼바다 쪽에 있어, 조사도 그 서식 범위에서 이뤄졌습니다). 같은 개체를 잡아 표시한 뒤 다시 잡히는 비율로 전체 개체수를 역산하는 방법입니다. 통계 기법 두 가지(슈나벨법, 다항 N-혼합모형)로 각각 계산한 결과는 이랬습니다.
- 진먼: «성체» 약 65,000~74,000마리(기법에 따라 65,428~73,629)
- 펑후: «성체» 약 1,500~3,200마리(1,551~3,193)
- 대만 본섬: «성체» 약 1,100~1,200마리(1,099~1,198)
⇒ ★같은 해협 안에서도 지역별 개체수가 최대 수십 배 차이가 납니다. 진먼 개체군이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셈입니다.
태그를 붙인 개체 중에는 직선거리로 110km 넘게 이동한 기록도 있었습니다. 해협 안에서 서로 다른 서식지가 실제로 연결돼 있다는 뜻이고, 한 지역의 서식지가 망가지면 그 영향이 해협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④ 무엇이 이 개체군을 위협하나
연구진은 이 종이 서식지 훼손, 환경 변화, 인간 활동으로 인한 압박, 남획을 계속 겪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실제로 Jin 외(2025)는 중국 샤먼만(Xiamen Bay)에서 해안 개발과 연안선 변형으로 서식지가 줄어든 사례를 기록했습니다. 대만·푸젠 양쪽 해안 모두 도시 개발로 서식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진단입니다.
⇒ 이런 배경 위에서 연구진은 세 가지 보전 전략을 제안했습니다. ①장기·표준화된 모니터링(지역별 조사 방식이 다르면 개체수 추정 자체가 어긋난다는 것을 이번 조사가 보여줬습니다), ②서식지 복원과 방류를 통한 자원 보충(다만 대만해협 양쪽 개체군의 유전적 차이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단서를 달았습니다), ③기후변화에 대비한 «보조 이주»(assisted migration) 사전 준비입니다.
⑤ 왜 «의약품 파수꾼»이라 불리나
투구게가 이렇게 주목받는 데는 생태적 이유만 있는 게 아닙니다. Mallick과 Biswas(2026)의 특허문헌 분석에 따르면, 투구게는 4억5천만 년을 이어온 계통이면서 동시에 제약업계에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 됐습니다(초록 기준 — 본문은 유료장벽으로 못 열었습니다). 투구게의 혈액은 박테리아 내독소(엔도톡신)를 검출하는 데 대체 불가능한 재료로 쓰여 왔습니다. 주사제나 의료기기에 세균 독소가 섞여 있으면 이 혈액 유래 시약이 반응해 알려주는 방식입니다.
⇒ ★문제는 이 시약을 만들려면 살아 있는 투구게에서 피를 뽑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미 위기종으로 분류된 종에게 채혈까지 얹히는 셈입니다. Mallick과 Biswas는 이 분야의 특허 413건을 분석해, «재조합 인자C(재조합 단백질)»로 내독소를 검출하는 대체 기술, 혈액 대신 쓸 수 있는 무세포 혈림프 생산법, 인공 미끼를 이용한 번식 유도 같은 기술이 채혈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실무 적용 — 투구게·갯벌 보전 기사를 읽을 때
- ★★「투구게 개체수가 늘었다/줄었다」는 기사를 볼 때, «성체 조사인지 유생 조사인지»부터 확인하십시오. 서식지가 완전히 다르고(유생=갯벌, 성체=먼바다), 이번 대만해협 조사도 «성체» 기준입니다 — 갯벌의 유생 개체수와는 다른 숫자입니다.
- ★「«성체»가 한때 지역적으로 절멸했다」는 오래된 판단이 후속 실측 없이 그대로 인용되고 있을 수 있습니다. 대만 본섬 사례처럼, 재조사 전까지는 «가능성»과 «확정된 사실»을 구분해서 읽으십시오.
- ★갯벌 매립·오염 이슈를 다룰 때 투구게처럼 «유생기 서식지 의존도가 높은 종»이 있는지 확인하십시오. 성체의 서식 범위가 넓어 보여도, 유생이 자랄 갯벌이 없으면 개체군 전체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 투구게는 유생기에 갯벌(조간대)에서 자라고, 성체가 되면 먼바다로 옮겨 갑니다 — 갯벌은 «요람»의 역할입니다(Shih 외, 2025).
- 대만 본섬은 «성체»가 한때 지역적으로 절멸한 것으로 여겨져 IUCN 2019년 평가에도 반영됐지만, 이번 실측 조사로 여전히 소규모 개체군이 남아 있음이 확인됐습니다.
- 2018~2024년 대만해협 조사(2025년 발표)에서 지역별 «성체» 개체수가 최대 수십 배 차이 났습니다(진먼 약 6.5만~7.4만 vs 대만 본섬 약 1,100마리대), 연구진은 서식지 훼손·남획 등 위협에 맞서 장기 모니터링·서식지 복원·기후변화 대비를 제안했습니다.
- 이 종의 혈액은 의약품 내독소 검사에 오랫동안 쓰여 왔고, 위기종 지위와 맞물려 대체 기술(재조합 인자C 등) 개발이 진행 중입니다(Mallick & Biswas, 2026, 초록 기준).
- 이번 조사는 대만해협 사례이며, 국내(한국) 개체군의 현황은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본 콘텐츠는 Ecology and Evolution 게재 논문(전문)과 Recent Patents on Biotechnology 게재 논문(초록)을 바탕으로 정리한 설명 자료입니다. 국내 투구게 개체군 실측 자료는 확인하지 못해 다루지 않았습니다. 최종 확인일: 2026-09-16.
작성: Inkmarsh 편집팀 — 갯벌에서 자라 먼바다로 가는 여정을 따라가 봤습니다.
참고
- Shih, Y.J., Jin, Y.H., Huang, S.C., Huang, Y.T., Lee, C.F., Hsieh, H.J., Wang, J.Y., Wang, J.Q., Lin, Y.J., Chen, C.C., Chang, Y., Population Size and Habitat Use by Tachypleus tridentatus in the Taiwan Straits, Ecology and Evolution 15(10)(2025), e72332
- Mallick, U., Biswas, S., Technologies for Conservation of Horseshoe Crabs: A Patent Landscape Analysis, Recent Patents on Biotechnology 20(4)(2026)
- Laurie, K., Chen, C., Cheung, S. et al., Tachypleus tridentatus (Errata Version Published in 2019), IUCN Red List of Threatened Species, e.T21309A149768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