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갯벌 개흙과 갯골

갯벌이 아마존보다 탄소를 잘 잡는다고? ‘블루카본’의 놀라운 과학

핵심 요약

  • ‘블루카본(Blue Carbon)’은 맹그로브·염습지·잘피밭 등 연안·해양 생태계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저장하는 탄소를 말한다.
  • 서울대학교 김종성 교수 연구팀은 한국 갯벌의 탄소흡수 기능을 국가 규모로 정량화한 세계 최초 연구를 2021년 국제학술지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발표했다.
  • 연구팀 추정에 따르면 한국 갯벌에는 약 1,300만 톤(13,142,149 Mg C) 규모의 유기탄소가 저장돼 있고, 매년 약 7만 톤(71,383 Mg C/yr)의 탄소를 추가로 격리한다. 이는 이산화탄소 환산 시 연 약 26만 톤 수준이다.
  • 식생이 없는 ‘맨 갯벌(비식생 갯벌)’은 오랫동안 국제 탄소흡수원 목록에서 빠져 있었고, 한국은 이를 국제적으로 인증받기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블루카본’이란 무엇인가

물 빠진 증도 갯벌
물이 빠진 증도 갯벌 (전남 신안). 사진: Korea.net(KOCIS) /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숲이 흡수하는 탄소를 ‘그린카본’이라 부른다면, 바다와 연안 생태계가 붙잡아 두는 탄소는 ‘블루카본(Blue Carbon)’이라 부른다. 대표적인 블루카본 생태계는 맹그로브 숲, 염습지(소금기 있는 습지), 잘피밭(해초 군락) 세 가지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이 세 생태계를 온실가스 인벤토리에서 공식 탄소흡수원으로 인정해 왔다.

블루카본의 핵심은 ‘저장 효율’이 아니라 ‘저장의 지속성’에 있다. 육상 숲이 붙잡은 탄소는 화재·벌목·부패로 비교적 빨리 대기로 되돌아갈 수 있다. 반면 연안 퇴적물에 갇힌 탄소는 산소가 부족한(혐기성) 뻘 속에서 미생물 분해가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에, 수백 년에서 수천 년 단위로 격리될 수 있다. 즉 갯벌 뻘은 탄소를 ‘천천히, 그리고 오래’ 지하에 봉인하는 저장고에 가깝다.

세계 최초로 규명된 한국 갯벌의 탄소 흡수 능력

한국의 갯벌은 세계 5대 갯벌에 꼽힐 만큼 넓지만, 그 탄소 흡수 기능은 오랫동안 과학적으로 정량화되지 않았다. 이 공백을 메운 것이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김종성(Khim Jong-Seong) 교수 연구팀이다.

연구팀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약 4년에 걸쳐 서해·남해·동해 연안의 갯벌 20여 곳에서 퇴적물을 채취해 총유기탄소 함량과 탄소 축적률을 분석했다. 여기에 인공위성 원격탐사(remote sensing) 자료를 결합해 전국 갯벌의 탄소 저장량과 격리 속도를 국가 단위로 추정했다.

그 결과가 2021년 국제학술지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The first national scale evaluation of organic carbon stocks and sequestration rates of coastal sediments along the West Sea, South Sea, and East Sea of South Korea”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PubMed 등재번호 34328955). 제목 그대로, 한 나라의 연안 퇴적물 탄소를 국가 규모로 평가한 첫 연구다.

숫자로 보는 갯벌의 탄소 창고

갯벌 탄소 창고 숫자 도표
숫자로 보는 갯벌의 탄소 창고 — 저장 약 1,300만 톤, 연 흡수 약 7만 톤C, CO₂ 환산 약 26만 톤 (도표)

연구팀이 제시한 핵심 수치는 다음과 같다.

  • 총 유기탄소 저장량: 약 13,142,149 Mg C(약 1,300만 톤)
  • 연간 탄소 격리 속도: 약 71,383 Mg C/yr(약 7만 톤/년)

여기서 한 가지 단위 감각이 필요하다. 탄소(C) 1톤은 이산화탄소(CO₂)로 환산하면 분자량 비율(44/12 ≈ 3.67)만큼 늘어난다. 따라서 연 7만 톤의 탄소 격리는 이산화탄소로 환산하면 연 약 26만 톤 규모가 된다. 언론에 널리 인용된 “한국 갯벌이 매년 약 26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표현은 바로 이 환산값이며, 이는 대략 승용차 11만 대가 1년간 내뿜는 배출량에 견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의할 점은, 이 수치가 ‘갯벌이 숲보다 무조건 탄소를 많이 잡는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이다. 단위 면적당 격리 속도와 총량, 그리고 저장 지속성은 서로 다른 척도이며, 갯벌의 진짜 강점은 앞서 말한 ‘오래 가두는 능력’에 있다. 후킹성 제목의 “아마존보다”는 저장의 지속성·안정성 관점에서 나온 비유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맨 갯벌’은 왜 국제 인증이 어려웠나

블루카본 3종 정리 도표
블루카본 3종과 ‘맨 갯벌’ 국제 인증 쟁점 (정리 도표)

역설적이게도,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식생이 없는 ‘맨 갯벌(비식생 갯벌, unvegetated tidal flat)’은 오랫동안 국제 사회의 공식 블루카본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 IPCC가 인정한 3대 블루카본(맹그로브·염습지·잘피밭)은 모두 눈에 보이는 식물이 광합성으로 탄소를 고정하는 구조인데, 맨 갯벌은 이런 대형 식생 없이 미세조류와 미생물, 퇴적 과정이 탄소를 붙잡기 때문에 방법론 표준화가 까다로웠다.

김종성 교수팀의 연구와 이를 뒷받침하는 해양수산부의 후속 사업(블루카본 관련 연구단 운영)은 바로 이 공백을 메워, 한국형 블루카본(‘K-블루카본’)을 국제적으로 인증받으려는 흐름의 과학적 토대가 되고 있다. 갯벌이 신규 탄소흡수원으로 국제 인정을 받으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산정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도 크다.

왜 중요한가

기후위기 대응에서 ‘탄소를 덜 배출하는 것’ 못지않게 ‘이미 배출된 탄소를 안정적으로 붙잡아 두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갯벌은 별도의 조성 비용 없이 이미 우리 연안에 존재하며, 수천 년 단위로 탄소를 봉인할 잠재력을 가진 자연 기반 해법(Nature-based Solution)이다. 갯벌을 메우는 순간 저장돼 있던 탄소가 다시 대기로 풀려날 수 있다는 점에서, 갯벌 보전은 곧 탄소 관리이기도 하다.

출처

  • Ministry of Oceans and Fisheries (해양수산부) 보도자료 및 정책브리핑 — “우리나라 갯벌 연간 26만톤 이산화탄소 흡수… 세계 첫 규명” (korea.kr 정책뉴스)
  •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2021), “The first national scale evaluation of organic carbon stocks and sequestration rates of coastal sediments along the West Sea, South Sea, and East Sea of South Korea” — PubMed ID 34328955 / ScienceDirect(pii S0048969721036408)
  •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학부 새소식 — 김종성 교수 연구팀 관련 보도
  • 현대해양 “김종성 서울대 교수 연구팀, 국내 갯벌의 탄소흡수 기능 세계 최초 규명”

정확한 DOI 전체 표기 및 원 논문 본문 수치의 유효숫자는 원문(ScienceDirect) 대조 권장 — 출처 확인 필요(1차 논문 PDF 직접 확인 시 최종 확정).

작성 · 갯벌 편집팀 — 갯벌·연안 생태의 과학을 1차 논문·공공자료 기준으로 정리합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해설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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