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습지·맹그로브·해초지 — 블루카본 3대 생태계는 서로 다르게 탄소를 묻는다
‘블루카본’이라는 말은 편리하다. 연안 생태계가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해 저장한다는 사실을 한 단어로 묶어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편리함이 만드는 오해가 있다. 염습지, 맹그로브, 해초지가 마치 같은 일을 하는 세 종류의 장치처럼 취급된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세 생태계는 탄소를 어디에 두는지, 어떻게 붙잡는지, 그리고 그 양을 어떻게 재는지가 전부 다르다. 그 차이를 무시하면 배출권 산정도, 복원 우선순위 결정도 어긋난다.
공통점 하나 — 답은 나무가 아니라 흙에 있다
세 생태계가 육상 산림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부터 짚자. 육상 숲은 탄소의 상당량을 나무 몸통, 즉 지상부 생물량에 저장한다. 나무가 죽으면 산소가 풍부한 환경에서 미생물이 분해하고, 상당 부분이 다시 대기로 돌아간다.
연안 습지는 반대다. 퇴적물이 물에 잠겨 있어 산소가 거의 없다. 무산소 조건에서는 유기물 분해가 극도로 느려진다. 게다가 조석이 매번 새 퇴적물을 실어 와 위에 덮는다. 결과적으로 탄소가 아래로, 계속 쌓인다. 맹그로브 전 지구 탄소 저장량이 2012년 기준 4.19 ± 0.62 Pg으로 추정될 때, 그중 2.96 ± 0.53 Pg이 토양에 있고 생물량은 1.23 ± 0.06 Pg에 그친다는 수치가 이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탄소의 7할이 흙에 있다.
그래서 블루카본 평가는 나무를 세는 일이 아니라 코어를 뚫어 퇴적층을 보는 일이 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세 생태계가 갈린다.
염습지 — 조석이 실어 나르는 광물 퇴적물
염습지는 온대·한대 연안의 조간대 상부에 발달하는, 염생식물이 우점하는 습지다. 한국 서남해 갯벌 상부의 칠면초·갈대 군락, 북미 동안의 Spartina alterniflora 군락이 대표적이다.
탄소 매장률은 약 210 g C m⁻² yr⁻¹ 수준으로 보고된다(Chmura & Anisfield, 2003). 셋 중 단위면적당 매장률이 가장 높은 축이다. 전 지구 면적 추정은 22,000~400,000 km²로 폭이 매우 넓고, 2017년의 한 매핑 연구는 43개국에서 5,495,089 ha를 지도화했으며 이후 보수적 추정치로 90,800 km²가 제시되기도 했다. 이 면적 추정치의 편차 자체가 블루카본 정량화의 난점을 상징한다.
염습지의 특징은 탄소의 상당 부분이 자기 조직에서 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석이 하구와 갯벌에서 유기물이 붙은 미세 퇴적물을 실어 와 식물 줄기 사이에 가라앉힌다. Spartina의 줄기가 퇴적물을 붙잡는 작용만으로 습지 표면 퇴적의 10% 이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다. 즉 염습지는 탄소 생산자이자 동시에 포집 필터다.

맹그로브 — 지상부까지 함께 세야 하는 유일한 사례
맹그로브는 열대·아열대 조간대의 목본 군락이다. 매장률은 약 174 g C m⁻² yr⁻¹으로 염습지보다 낮게 보고되지만(Alongi, 2002), 세 생태계 중 지상부 생물량이 의미 있게 큰 유일한 경우다. 나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맹그로브 탄소 산정만은 육상 산림 방법론과 블루카본 방법론이 함께 필요하다. 흉고직경으로 지상부 바이오매스를 추정하고, 동시에 수 미터 깊이의 토양 코어로 지하 탄소를 측정한다. 두 층을 다 세지 않으면 절반을 놓친다.
맹그로브는 전 지구 탄소 매장의 약 10%를 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복원 효과도 정량화가 비교적 앞서 있다. 370여 개 복원지를 다룬 2023년 메타분석은 맹그로브 재조림이 첫 40년 동안 헥타르당 육상 조림보다 약 60% 많은 탄소를 저장하며, 40년간 약 672~689 Tg CO₂-eq의 격리 잠재력을 갖는다고 보고했다(Song et al., 2023).
해초지 — 면적은 0.1%, 매장은 10~18%
해초는 해조류(김·미역 같은 조류)가 아니라 바닷속으로 되돌아간 현화식물이다. 뿌리와 지하경을 퇴적물 속에 뻗고, 그 뿌리 매트가 퇴적층을 몇 미터 두께까지 쌓아 올린다.
매장률은 약 138 g C m⁻² yr⁻¹으로 셋 중 가장 낮게 보고되지만(Fourqurean et al., 2012), 전 지구 저장량은 약 19.9 Pg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 인상적인 것은 비율이다. 해초지는 해양 면적의 0.1%만 차지하면서 해양 전체 탄소 매장의 약 10~18%를 담당한다.
해초지의 취약성도 여기서 나온다. 이들은 물속에 있어 빛에 의존한다. 연안 개발이나 부영양화로 물이 탁해지면 광합성이 막혀 곧바로 후퇴한다. 해초 감소율은 1940년 이전 연 0.9%에서 1990년 연 7%로 가팔라진 것으로 보고됐다(Waycott et al., 2009).

왜 숫자가 서로 안 맞는가 — 정량화의 세 가지 함정
세 생태계 수치를 비교표에 나란히 넣고 싶어지지만, 그 전에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이 숫자들은 서로 다른 규칙으로 만들어졌다.
첫째, 경계 문제. 염습지 면적 추정이 2만 2천 km²에서 40만 km²까지 벌어지는 이유는 “어디까지가 습지인가”를 정하는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조석 범위 상한을 어디로 잡느냐, 식생 피복률 몇 %부터 포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한 자릿수 배로 달라진다.
둘째, 코어 깊이 문제. 토양 탄소는 깊이의 함수다. 1m까지 잰 연구와 3m까지 잰 연구는 애초에 다른 값을 낸다. IPCC 습지 부속 지침이 표준 깊이를 제시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셋째, 탄소의 출처 문제. 이것이 가장 까다롭다. 퇴적층에 묻힌 탄소가 그 습지가 광합성으로 고정한 것인지, 밖에서 조류를 타고 흘러들어 온 것(allochthonous)인지 구분해야 한다. 염습지처럼 외부 유입 비중이 큰 곳에서 전부를 그 습지의 흡수 실적으로 계상하면 다른 곳에서 이미 센 탄소를 두 번 세는 셈이 된다. 안정동위원소 분석으로 기원을 추적하지만, 완전히 깔끔하게 나뉘지는 않는다.
여기에 메탄·아산화질소 배출이라는 상쇄 항목까지 얹힌다. 저염분 습지일수록 메탄 배출이 커지는 경향이 있어, 흡수량만 세면 순효과를 과대평가하게 된다.
실무 적용 — 블루카본 숫자를 볼 때 확인할 다섯 가지
- 면적인가 단위면적당인가 — “맹그로브가 열대우림보다 낫다”류의 주장은 대개 단위면적당 값이다. 총량 기여는 면적을 곱해야 나온다. 두 축을 섞으면 안 된다.
- 저장량인가 매장률인가 — Pg 단위 저장량(스톡)과 g C m⁻² yr⁻¹ 매장률(플로우)은 다른 값이다. 감축 실적에 쓰이는 것은 플로우 쪽이다.
- 코어 깊이가 명시돼 있는가 — 명시되지 않은 토양 탄소 값은 다른 연구와 비교할 수 없다.
- 외부 유입 탄소를 어떻게 처리했는가 — 이 항목을 언급하지 않은 산정치는 과대추정 가능성이 있다.
- 온실가스 상쇄 항목이 반영됐는가 — CO₂ 흡수만 있고 CH₄·N₂O 배출이 없는 계산은 절반짜리다.
- 손실 시나리오가 있는가 — 블루카본의 실질적 가치는 흡수보다 파괴를 막는 데 있다. 훼손 시 수백~수천 년간 쌓인 토양 탄소가 산화돼 한꺼번에 배출되기 때문이다. 전 지구 감소율은 연 2~7% 수준으로 추정된다.
결론은 단순하다. 블루카본을 하나의 지표로 다루면 반드시 틀린다. 세 생태계는 서로 다른 기계이고, 각각을 어떻게 재는지 알고 나서야 비로소 그 숫자가 무엇을 말하는지 판단할 수 있다.
본 글의 수치는 인용 논문 발표 시점 기준이며 이후 갱신됐을 수 있습니다. 정책·거래 목적으로 인용할 때는 IPCC 습지 부속 지침과 원논문을 직접 확인해 주세요. 갯벌·습지 현장에서의 채집·섭취·안전에 관해서는 관계기관의 현장 안내가 항상 우선합니다.